로고

[보검스님 불교칼럼]: 불교계의 이슈, 총무원장 직선제 바람직한가?

승가 전통과 현대적 민주 선거 제도의 딜레마

보검스님 | 기사입력 2026/07/18 [03:17]

[보검스님 불교칼럼]: 불교계의 이슈, 총무원장 직선제 바람직한가?

승가 전통과 현대적 민주 선거 제도의 딜레마

보검스님 | 입력 : 2026/07/18 [03:17]

승가전통의 공동체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기 위해 출가한 수행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수행하는 공동체이다. 구성원들은 계율을 지키고 서로를 존중하며 협력하는 가운데 수행과 전법에 힘쓰고, 청정한 생활을 통해 불교의 가르침을 이어가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삼는다.

본문이미지

조계종 직선제 추진 간담회에서

보검스님이 종단권력구조에 대하여 발언하고 있다. 

 

승가공동체는 부처님 당시에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직접 공동체를 이끄는 중심이었기 때문에 지도력에 대한 별다른 논란이 없었다. 그러나 현대의 승가공동체는 종단 운영이 점차 복잡해지면서 정신적 지도자와 행정 책임자의 역할이 분리될 필요성이 커졌다.

 

종정이나 방장, 조실과 같은 정신적 지도자는 수행과 법력이 뛰어나고 높은 인격을 갖춘 분들이 자연스럽게 추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총무원장은 종단의 행정을 총괄하는 책임자이므로 수행력뿐만 아니라 행정 능력과 조직 운영의 수완을 함께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행정 수반을 선출하는 방식으로는 간선제와 직선제가 있다. 조계종은 그동안 간선제를 통해 총무원장을 선출해 왔지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주요 공직자를 국민의 직접선거로 선출하는 현실에 비추어 조계종 역시 직선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본문이미지
1989년부터 2013년까지 상가라자의 지위에 있었던
썸뎃 프라 냐나상와라 승왕. 푸미폰 국왕도 승왕에게는
존경의 예의를 갖추고 왕사로서 예우할 정도로 신뢰가 깊었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제14세 달라이 라마와도 상견례를 한 바 있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선출 방식을 바꾼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직선제 도입은 종단의 민주성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해결해야 할 과제 또한 적지 않은 딜레마를 안고 있다.

 

우선 선거권을 어느 범위의 구성원에게 부여할 것인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또한 후보자의 자격과 검증 절차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선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과열 경쟁과 갈등을 어떻게 예방할 것인지 등 선행되어야 할 제도적 과제가 많다. 따라서 총무원장 직선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의 문제가 아니라 승가공동체의 정체성과 종단 운영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조계종에서 총무원장 직선제 논의가 대두되는 배경에는 몇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간선제 방식으로 총무원장을 선출해 왔지만, 이러한 방식이 과연 모든 종도들의 의사가 공정하게 반영되는 제도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일부 기득권 세력 중심의 관계망과 영향력이 작용하여 선거 과정이 공정한 경쟁보다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본문이미지
제14대 달라이 라마 성하께서 인도 비하르주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을 참배·순례하고 있다

 

 

또한 승가공동체 내부의 경제적·복지적 불평등 문제 역시 직선제 논의의 중요한 배경이 되고 있다.

 

평생 수행과 전법을 위해 승가에 헌신한 구성원들이 노후에 안정적인 생활 기반을 마련하지 못하고, 의료와 생활 복지의 혜택에서도 충분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현실은 승가공동체가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반면 종단 운영과 권한을 둘러싼 경쟁이 심화되면서 본래의 수행과 전법, 포교라는 본질적 역할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불교가 사회적 신뢰를 잃고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원인으로 지적되며, 종단 운영이 일부 소수에게만 유리하게 작동하는 구조가 아닌지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선거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승가공동체의 민주적 운영과 자원의 공정한 분배라는 차원의 문제이다.

 

따라서 총무원장 직선제에 대한 요구는 단순히 선출 방식을 바꾸자는 주장을 넘어, 모든 종도들이 참종권과 참여의 권리를 공평하게 보장받고 승가공동체 구성원으로서 존엄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승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권력의 분배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경제적 안정, 의료와 노후 복지, 수행 환경의 보장이 함께 논의되어야 하며, 이러한 변화 속에서 불교 본연의 가치와 사회적 역할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종단의 승직을 맡는다는 것은 단순히 권한과 지위를 얻는 일이 아니라, 무엇보다 신뢰받는 수행자로서 모든 구성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불교의 발전과 중흥을 위해 헌신하는 책임을 맡는 일이다. 더 나아가 세계 불교와의 교류와 협력을 증진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중생의 행복과 사회의 평화, 인류의 번영을 위해 종교적 역할을 다하는 지도자가 종단을 이끌어야 한다.

본문이미지

중국 쓰촨성 간쯔 티베트족 자치주 써다현에 있는 사원이자 마을로 5만 명이 넘는

승려학생들이 거주하는 사원 도시. 한국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가 SBS 다큐멘터리

"캄 1000일의 기록"을 통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해 최근에는 한국인들도 찾는 관광지가 되었다.

 

 

따라서 총무원장은 개인적인 세속적 욕망이나 권력 획득을 위한 수단으로 종권을 장악하는 사람이 아니라, 수행자로서의 덕성과 지도력, 그리고 종무 행정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

 

권력 중심의 종단 운영에서 벗어나 불교 본래의 가치와 승가공동체의 화합을 실현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한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총무원장 직선제의 필요성은 제기될 수 있다. 직선제는 종도들의 참여와 참종권을 확대하고, 보다 폭넓은 의견이 종단 운영에 반영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직선제의 도입은 단순한 선거 방식의 변화만으로 이루어져서는 안 되며, 종헌과 종법의 개정, 충분한 공론화 과정, 공청회 등을 통해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떠한 선출 방식을 택하든 종단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올바른 인재를 선출하는 것이다. 수행자로서의 인격과 불교적 가치관을 갖추고, 동시에 현대 사회에 맞는 종무 행정 능력과 조직 운영 역량을 갖춘 지도자가 총무원장이 될 때 조계종은 더욱 발전할 수 있으며, 한국불교 역시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새로운 도약의 길을 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총무원장 선출 방식의 문제는 단순히 간선제와 직선제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제도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승가공동체가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종단의 지도자는 개인의 명예와 권력을 추구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종도들의 화합과 권익을 보호하고 한국불교의 발전과 사회적 역할을 실현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의 자리이다.

따라서 총무원장은 수행자로서의 덕성과 인격을 갖추는 동시에,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종무 행정 능력과 미래 비전을 갖춘 인물이 선출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직선제 도입 여부만을 논의할 것이 아니라 종헌·종법의 정비, 충분한 공론화 과정과 공청회 등을 통해 승가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본문이미지
태국의 담마카야 재단 소속의 비구들이 법회에 참석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선출 방식 자체가 아니라, 어떠한 제도를 통해서라도 가장 적합하고 신뢰받는 지도자가 선택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모든 종도들의 참종권이 보장되고, 승가 구성원들의 복지와 수행 환경이 함께 개선될 때 조계종은 건강한 공동체로 거듭날 수 있으며, 나아가 한국불교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고 세계 불교와 함께 미래를 열어가는 종교로 발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외국의 불교 승가 전통을 살펴보면 종단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기준은 무엇보다도 수행자의 인격과 품위, 그리고 수행력에 중점을 두고 있다. 승가의 수장은 단순히 다수의 지지를 얻거나 물리적인 세력, 경제력과 같은 세속적 조건에 의해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라, 오랜 수행을 통해 쌓은 덕망과 도덕성, 그리고 승가를 이끌 수 있는 지도력을 바탕으로 추대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불교가 국가 체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일부 사회주의 국가에서도 승가 지도자의 선출과 운영에 있어 일정 부분 승단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있으며, 국가가 관여하는 경우에도 기본적으로는 해당 승려의 수행 경력과 윤리적 자질, 종교적 지도력 등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고 있다. 물론 일부 국가에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국가 권력이 승가 운영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불교 전통에서 궁극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지도자의 내면적 덕성과 수행자로서의 자질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승가의 지도자를 선출하는 문제는 단순히 선거 방식이나 숫자의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승가의 수장은 세속적 권력을 행사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고 계승하며, 승가 구성원의 화합과 불교의 발전을 이끌어 가는 정신적·행정적 책임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불교 역시 지도자 선출 과정에서 외형적인 영향력이나 이해관계보다 수행력, 인격, 도덕성, 그리고 종단을 발전시킬 수 있는 능력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다.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