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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수 교육컬럼6] 사색이 넘치는 교실

Speculation in class

김동수 | 기사입력 2025/09/13 [20:59]

[김동수 교육컬럼6] 사색이 넘치는 교실

Speculation in class

김동수 | 입력 : 2025/09/13 [20:59]

[김동수 교육칼럼 ⓺] 사색이 넘치는 교실(Speculation in class)

 

이순(耳順)의 의미를 알고, 천상병 시인의 시(詩) ‘귀천(歸天)’의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의 시적 의미를 되새김질해야 하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영어 교육 현장에서 아직 서툰 강의를 이어가고 있는 사람으로서 가끔 작금의 영어 교육 현실에 대한 회의감이 시나브로 시린 가슴 속을 헤집고 들어올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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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의 반 어떤 아이는 영어 교과서와 모의고사 지문을 통째로 암기해서 내신 1등급을 받았어요!” 나는 이 암기라는 말에 몹시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다.

 

공부와 암기는 과연 어떤 함수 관계를 가지는가에 대해 가끔 생각해 본 적이 있다.

 

공부는 원래 ‘주(做:짓다, 만들다) 공부’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주공부란 불도를 열심히 닦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불교의 선어록(禪語錄)에는 공부 방법 중 ‘앉으나 서나 의심하던 것에 집중하라’는 구절이 있다. 암기하라는 말은 한 마디도 없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공자님 말씀의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乎)에서도 익힐 습(習)을 이야기하지 암기를 말하지 않는다.

 

공부의 최근의 정의는 ‘학습을 통해 지식 또는 기술을 배우는 과정’이다. 여기서도 암기하는 과정이라고 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암기는 기억할 수 있도록 외우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암기는 기억을 위한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이른바 배운 것을 잘 기억하면 ‘마음의 틀’이라는 스키마가 풍부해져서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의미에서도 암기가 곧 기억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공부를 암기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우리 교육적 환경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른바 2차 산업시대의 교실 모델인 ‘One Size Fits All’ 시스템이라는 주입식 교육의 틀을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며 학기당 2번의 교육 평가인 중간고사 기말고사의 문제 출제 형태나 방식 또한 주된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내신 시험 기간이 되면 대한민국의 학교에는 암기의 광풍이 불어온다. 학습 평가가 암기력 평가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선도할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 공교육도 여러 가지 변화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대표적인 예가 2025학년도부터 본격화된 고교학점제의 시행이다.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정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회의적인 경우도 더러 존재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고교학점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교실의 환경부터 바꾸어야만 한다. 획일적으로 칠판 앞의 교사에게 집중하게 되어 있는 교실 구조를 학생과의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일방적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 수업에서 쌍방향식으로 토론하고 사색하는 교실로 대전환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본다.

 

생각하고 이해하고 반복하는 것이 학습이며 광의의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이해한다는 것이다. 이를 확장하면 사고한다는 것이고 사색한다는 것이다. 이해와 기억은 깊은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우리가 후학들에게 가르쳐야 할 것은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지식을 바탕으로 생각하고 이해하는 능력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 철학이 바탕이 되고 교육 행정, 교육평가, 수업의 질 등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느 정치가의 정치적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이 우리 교육에도 ‘사색이 흘러 넘치는 교실’이 있었으면 한다.

콘유교육(주)대표, 교육전문지 “에듀콘”발행인 겸

교육전문 논설위원 김 동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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