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에서 ‘존재’하려는 배우, 조부현”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에라, 모르겠다〉 조부현 배우 인터뷰“관객에게 겉모습이 아닌 인물의 ‘속’이 느껴지는 배우가 되고 싶다”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에라, 모르겠다〉 조부현 배우 인터뷰
Q. 제목이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에라, 모르겠다>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더 이상 정상적인 방식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나오는 마지막 선택입니다. 작품 속에서는 사고 수습보다 각자의 책임 회피와 위치가 먼저 작동하고, 결국 중요한 문제는 계속 미뤄지거든요.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개인은 더 이상 제대로 대응할 방법을 잃게 됩니다. 이 제목은 그런 사회적 모순과 시스템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상태를 드러내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결국 그 현실을 향해 던지는, 아주 직접적인 외침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Q. 간략한 공연 소개를 부탁드려요.
연극 <에라, 모르겠다>는 공사 현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처음 현장에 출근한 부현이 추락 사고를 마주하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사고 이후 사람들은 누군가를 살리는 일보다 자신의 책임과 입장, 우선순위를 먼저 고려하게 됩니다. 이 작품은 산업재해와 노동 현장의 안전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단순한 사회 비판에 머무르기보다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지를 질문하는 이야기입니다.
Q. 계속 공연되면서 새롭게 발견되는 것이 있는지요?
공연을 거듭할수록 이 작품이 단순히 산업 현장만의 이야기는 아니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됩니다. 각자 살아남기 위해 선택하고, 때로는 모른 척하게 되는 순간들이 사실 우리 일상에도 굉장히 많이 있다는 걸 느끼게 되더라고요. 관객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본인들이 처한 상황이나 특정 인물, 혹은 어떤 기업이나 구조 같은 것들에 이 작품을 빗대서 각자 다른 것들을 떠올리시더라고요. 그래서 매 공연마다 관객분들이 웃는 지점이나 침묵하는 순간이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고, 그런 반응들을 통해 작품의 새로운 결들을 계속 발견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Q. 이 작품이 시사하는 바를 알려주세요.
이 작품은 산업재해를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무엇이 우선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법과 제도는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그것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순간들이 있고, 그 안에서 개인은 점점 무력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누군가의 잘못을 단순히 지적하기보다는, 왜 이런 구조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지를 함께 바라보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느꼈습니다.
Q. 본인의 캐릭터에 대해서 설명해 주세요.
제가 맡은 부현은 공사 현장에 처음 출근한 인물입니다. 낯선 환경 속에서도 잘 버텨보려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마주하면서 점점 혼란을 겪게 됩니다. 부현은 작품 속에서 관객과 가장 가까운 시선을 가진 인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처음 바라보는 사람으로서 관객과 함께 질문하고 흔들리면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역할입니다. 처음에는 어리숙하고 과하게 반응하는 인물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가장 끝까지 인간적인 판단을 놓지 않는 인물입니다.
Q. 배우님에게 ‘에라, 모르겠다’의 삶의 태도는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에라, 모르겠다’가 단순한 포기나 체념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책임과 현실 앞에서 사람이 버티기 위해 순간적으로 내뱉는 말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살다 보면 정답을 알면서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그런 상황에서 이 말에는 무력감도 있지만, 동시에 어떻게든 오늘을 살아내려는 마음도 함께 들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 태도는 무책임이라기보다, 오히려 가장 본능적인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결심일 수도 있다고 느낍니다.
Q. 배우로서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문은 무엇인가요?
무대 위에서 저는 “설명하고 있는가, 아니면 존재하고 있는가”를 가장 많이 고민합니다. 결국 중요한 건 ‘살아있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살아있음’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연습이나 집중력 등이 필요하지만, 저는 특히 현장성에 더 신경을 쓰는 편입니다. 그 순간에 들리는 소리, 보이는 것, 공기나 냄새 같은 감각들을 실제로 느끼려고 노력하고, 그 감각을 통해 무대 위에 존재하려고 합니다. 관객에게도 겉모습이 아니라 인물의 ‘속’이 느껴지는 배우로 다가가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화려한 기술보다 사람의 마음에 오래 남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실존하는 연기, 몸이 살아있는 연기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극단 <이야기가> 식구들과 함께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꾸준히 무대에 올리며 관객분들과 만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무대 위의 제 모습을 언제나 묵묵히 무조건 지지해 주는 아내 오주연 님께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 공연정보 > 제47회 서울연극제 공식선정작 연극 <에라, 모르겠다> 기간_ 2026.05.22 ~ 2026.05.31 시간_ 평일 19:30 | 주말 16:00 (월요일 공연 없음) 장소_ 서울연극창작센터 서울씨어터 101 러닝타임_ 90분 관람연령_ 만 13세 이상 가격_ 전석 40,000원 주최_ 서울연극협회 | 주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아트인셉션 | 후원 서울문화재단 문의_ 010-5505-8618 <저작권자 ⓒ 데일리미디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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