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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 불교칼럼] 명상과 안거

걸망 내려놓고 만행 길 떠나는 운수 납자

보검스님 | 기사입력 2024/08/18 [04:30]

[보검스님 불교칼럼] 명상과 안거

걸망 내려놓고 만행 길 떠나는 운수 납자

보검스님 | 입력 : 2024/08/18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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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검스님<세계불교네트워크 코리아 대표>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는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모든 일이 뜻대로만 된다면야 무슨 걱정이 있으리오마는 사람의 일이란 불가지론적인 예측불허의 일로 가득 차 있다.

 

석가는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결코 어려움이나 궁색함이 없었다. 소위 말하는 부귀영화를 누리는 복록과 권력이 손안에 있는 가진 자로서 금수저의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에게는 한 가지 불안감이 존재했다.

 

그것은 바로 다름 아닌 인간으로서의 행복 문제였다. 물질적으로는 풍족했지만, 정신적으로는 불만족이었고 불안했다. 특히 모든 것이 고통스러워 보였다.

 

그러므로 석가는 인생은 고통이요 이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한 불안한 세상이라고 결론지었다. 그는 고통을 없애는 길을 찾아야 했다. 그 방법이 출가였고 명상이었다.

 

당대 인도 사회에는 이런 유의 사람들이 꽤 있었다. 이런 출가 유행하는 자들을 ‘쉬라마나’라고 불렀다.

중국에서는 이 ‘쉬라마나’를 사문이라고 한역하였는데, 불교에서 사문이라고 부르는 것은 바로 이 ‘쉬라마나’에서 연원한다.

 

불교가 동아시아에 수용되면서 이 ‘쉬라마나’ 즉 사문은 ‘운수납자’라는 말로 대체되었다.

운수(雲水)는 구름과 물과 같다는 의미이다. 납자(衲子)란 말은 절에서 살면서 불도를 닦고 실천하며 포교하는 사람을 말한다. 그러므로 구름처럼 물처럼 다니면서 도를 닦는 수행자를 운수납자라고 부른다. 

 

인도는 말할 것도 없었지만, 동아시아에서도 구름처럼 물처럼 정처 없이 다니면서 도를 닦는 수행자들이 많았다. 한반도에서도 신라 고려 때에는 이런 수행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조선시대에 와서는 성리학을 국가통치이념으로 삼다 보니 불교는 자연스럽게 쇠퇴하는 비운을 당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운수납자의 수행자 전통은 산중에서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다.

 

한국불교에서는 일 년에 두 차례 안거(安居) 제도라는 것을 시행하고 있다.

 

하안거 동안거가 그렇다. 8월 18일은 음력으로 7월 15일이다. 지난 음력 4월 15일부터 시작한 하안거(夏安居)가 오늘 끝나는 해제일을 맞는다.

 

90일간 한 장소(선원)에 모여서 명상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 명상하는 목적 방법을 낱낱이 설명하려면 상당한 지면이 필요하다.

 

한마디로 요약하여 답한다면, 고오타마 싯다르타(석가)가 추구했던 고통의 해결을 위하여 명상을 하는 것이라고 알면 되겠다.

 

요즘 현대인들은 불안과 스트레스가 많다. 물질적 풍요와 갖가지 권익을 갖고 있으면서도 만족을 모르고 불행한 생각에 행복을 모르고 사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은 것이다. 명상이란 한마디로 큰 깨달음을 얻지 않더라도 불안감을 해소하고 스트레스를 줄이는 효과가 분명 존재한다. 서양인들도 이 불교의 명상에 대한 효능을 인정하고 특히 불교에서 하는 명상 테크닉을 사용하여 효과를 보고 있는 것이다.

 

신라 고려 시대에 그리고 조선시대에도 면면히 이 명상전통을 계승 보존해오고 있는 것이 바로 불교의 안거제도이고 그 장소가 바로 선원이다.

 

한국불교에서는 화두 참선을 주로 하고 동남아시아권 불교에서는 위빳사나(觀法) 수련을 하는데, 대동소이하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너무 많이 소유하면 탐욕이 생기고 물질에 너무 탐닉하면 물질만능주의에 빠지게 되어 정신이 황폐해진다. 좀 부족하면서도 정신적으로 건강해야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이지, 풍요와 소유가 많아서 물질에 너무 집착하여 살다 보면 오히려 걱정과 근심이 많은 법이다.

 

비우면서 버리고 부족한 듯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 바로 명상법이다. 명상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돈 안 들이고 얻을 수 있는 행복의 지름길이다.

 

화두 참선 법에 ‘방하착(放下著)’이라는 공안이 있다. ‘내려 놓다.’라는 의미다. 잠시 내려놓는 수련을 하는 것이 바로 명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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